전설적 뮤지컬 제작자 봅포셔의 역작
 
‘제 76의 아카데미상(오스카상)’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일(한국시각) LA코닥극장에서 열린 제 76회 시상식에서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이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11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하면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아카데미상에 대한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반지의 제왕3’은 ‘벤허’ ‘타이타닉’과 함께 역대 최다 수상작을 기록하며 21세기 헐리웃 영화의 초대 ‘제왕’의 반열에 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전후한 ‘아카데미 시즌’을 맞아 과거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새삼 마니아들의 손길을 타고 있다. 특히 유럽의 주요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은 작품성과 함께 흥행성을 겸비하고 있어 다시 봐도 늘 새로울 만큼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헐리웃의 전성시대인 90년대 이후에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은 대부분 흥행을 동반했다. 올해 수상작인 ‘반지의 제왕3’은 물론이고 ‘늑대와 춤을’(91년), ‘쉰들러 리스트’(94년), ‘포레스트 검프’(95년), ‘타이타닉’(98년), ‘글래디 에이터’(01년) 등 대부분이 국내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 3개 부문을 수상한 ‘시카고’(감독 롭 마샬) 역시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수작이다. ‘시카고’는 원래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사랑받던 뮤지컬을 영화한 작품. 브로드웨이에서 전설적인 뮤지컬 제작자로 불리우는 봅 포셔가 75년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는 히트작이다. 그동안 소개된 뮤지컬영화가 노래와 춤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처지는 것과 달리 ‘시카고’는 법정을 무대로 펼치는 다양한 사건과 음모가 영화적 요소인 ‘극적 재미’를 겸비했다. ‘록시’역을 맡은 르네 젤위거와 ‘벨마’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주연 배우의 도발적인 율동과 파워풀한 노래가 압권이다.
무엇보다 노래와 춤을 통해 등장 인물의 내면을 기막히게 묘사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올 댓 재즈’를 비롯해 ‘셀 블록 탱고’ ‘아이 무브 온’ ‘미스터 셀로판’ 등 관능적이고 화려한 재즈풍의 노래는 욕망과 사랑, 질투와 음모가 꿈틀대는 등장 인물의 복잡한 속내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원래 뮤지컬 ‘카바레’로 토니상을 수상했던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롭 마샬 감독이 배우들의 춤을 직접 안무해 다재다능한 재주를 과시했다는 평이다.
재즈의 열풍과 섹스, 범죄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퇴폐 도시 시카고. 명성을 꿈꾸는 여자와 명성을 손에 넣은 여자. 이 도시에서는 총알 한발이면 유명해 질 수 있다. 자신의 눈을 피해 불륜 관계를 맺어온 남편과 동생을 사살한 날 밤에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지만, 곧바로 일급 살인 혐의로 수감된다. 눈부시게 관능적인 유혹의 도시 시카고가 약속하는 모험과 가능성에 끌려 매일을 보내는 록시 하트. 그녀의 단 한가지 소망은 화려한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가 되는 것. 하지만 순진한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약속하며 접근해온 프레드가 단순히 자신을 이용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게 되는데...(장르: 드라마·뮤지컬, 감독: 롭 마샬, 출연: 르네 젤위거·캐서린 제타 존스· 리차드 기어, 자막: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표> 90년 이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04년­=반지의 제왕3-
03년=시카고
02년=뷰티풀 마인드
01년=글래디에이터
00년=아메리칸 뷰티
99년=세익스피어 인 러브
98년=타이타닉
97년=잉글리쉬 페이션트
96년=브레이브 하트
95년=포레스트 검프
94년=­쉰들러 리스트
93년=용서받지 못할자
92년=양들의 침묵
91년=늑대와 춤을
90년=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이중배기자(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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