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4년제 대학에 버금가는 학습량 소화
졸업생 80% 현업 진출… 게임 꿈나무 ‘산실’
 
"어릴 적엔 경찰관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때 만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2’는 하나의 충격이었습니다. 게임이 완전히 끝났을 때 자막으로 떠오른 개발자들의 이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 결심했습니다. 나도 ‘삼국지2’와 같은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개발자가 돼야겠다고…."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게임아카데미 강의실. 아카데미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눈빛이 반짝 반짝 빛났다.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 꽃이 폈다가도 이내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곤 했다.
요즘 게임아카데미는 5기 신입생이 입학하면서 생동감이 넘친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의 연속이지만, 학생들은 좀처럼 아카데미를 떠나지 않는다.
"보통 밤 10시가 돼야 집으로 향합니다. 수업이 끝나도 과제를 하거나, 자습을 하느라 여전히 분주합니다."
게임 그래픽학과 4기생 권순형(28)씨는 아카데미 생활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강행군"이라고 대답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동료들이 중도에 탈락하는 것이죠. 2년간 빡빡하게 짜여 진 수업일정은 지옥에 비유할 수 있으니까요. 웬만한 각오가 아니면 낙오하기 십상입니다."
사실 게임아카데미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혹독한 사관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하루 6시간씩 2년간 118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4년제 대학이 140학점 안팎을 이수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4년치 공부를 2년만에 이수하는 셈이다.
"잘되는 날은 하루 12시간씩 작업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식사나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셈이죠."
2학년 프로젝트반 최승권(30)씨는 집이 멀어 아예 아카데미에서 먹고 자는 날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실제 기본적인 이론과 실기수업이 끝난 뒤 돌입하는 9개월간의 프로젝트 과정은 한바탕 전쟁에 비유할 만하다. 게임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 등 3개학과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졸업 때까지 실제 게임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반 강의실 한 귀퉁이에는 작업에 지쳐 스티로폴을 깔고 새우잠을 자는 학생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커요. 꽉 짜여진 커리큘럼을 따라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조만간 동기들과 게임개발사를 창업할 예정이라는 게임디자인과 2학년 오홍근(32)씨는 "다소 벅차지만 체계화된 커리큘럼이 게임아카데미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가 설립된 지 이제 세돌이 지났지만 실습 위주 교육을 고집하면서 빠른 시간에 게임아카데미 특유의 교육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이 아카데미 안팎의 평가다.
"아마 게임아카데미 졸업생의 포토폴리오가 가장 좋을 겁니다. 프로젝트 반에서 만들어낸 실습작은 요즘 현업의 추세인 3D MMORPG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니까요."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중인 조상현(32) 전 SD엔터넷 사장은 "여러 학원에서 강의를 해봤지만 졸업작품 하나만 놓고 봐도 게임아카데미의 경쟁력은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졸업생 120명 가운데 80%가 엔씨소프트, 이소프넷 등 현업에 진출한 것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워낙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아무래도 잘 선택한 것 같습니다. 게임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이 결코 꿈에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홍익대 소프트웨어학부를 휴학하고 게임아카데미에 갓 입학한 국중원(25)씨는 "게임아카데미에 들어서면 각오가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장지연 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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