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첫 느낌은 계속되는 ‘단순 노가다’에 묻히고
 
온라인게임 명가 넥슨의 최신작 ‘마비노기’는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푸근한 그래픽이 압권이다.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은 ‘게임이야, 애니메이션이야…’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반드시 전투가 아니더라도 작곡과 같은 건전한 놀이시스템으로 스킬을 배우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은 ‘2세대 온라인게임’이라는 극찬까지 낳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면 즐길 수록 처음의 산뜻한 느낌이 사라진다는 불만을 종종 호소한다. 탁월한 그래픽과 참신한 기획에도 아직 게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거리’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다. 더 게임스 크로스리뷰팀의 평가도 냉정했다. ‘마비노기’가 개척한 가능성에는 좋은 점수를 주면서도 기존 온라인 RPG의 ‘노가다성 전투’를 답습하도록 강요하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비판했다. 전체 평점이 낙제점을 겨우 넘긴 6.7점인 것은 ‘미완의 대기’에 던지는 격려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오래하기 힘든 ‘미완의 대기’
 
김순기 더게임스 기자 soonkkim@etnews.co.kr>

‘마비노기’는 기존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하면서도 차별화된 게임요소를 다양하게 선보인 수작이다. 플레이어킬링(PK)가 불가능하면서도 유사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아웅다웅 할 필요도 없다.
성장 시스템은 더욱 특이하다. 사냥뿐 아니라 퀘스트를 아르바이트로 수행하거나 학습, 연주 등을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면 레벨이 따라오르도록 한 설정도 기발하다. 전투시스템은 상성관계가 있는 스킬을 미리 장전해 예약공격을 하도록 함으로써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했다. 또 ‘라이트닝’ 마법을 펼칠 때의 타격감과 연타로 발사되는 마법 효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압권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재미에 푹빠져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기던 ‘마비노기’는 벌써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하기는 힘든 게임’으로 인식 되고 있다. 콘텐츠가 부족해 금방 싫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맵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다. 3개의 필드와 4개의 랜덤 던전이 있기는 하지만 불과 며칠만 돌아다녀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 다음부터은 똑같은 사냥터에서 똑같은 몬스터를 반복해서 사냥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노가다’다. ‘미완의 대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님아 이제 우리 뭐해요?
 
김성진 PC파워진 기자 harang@powerzine.com

‘마비노기’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게임이다. 귀찮고 번거로운 클라이언트 다운로드와 설치는 그랜저의 오토매틱처럼 부드럽고, 같은 모습의 캐릭터를 찾기 힘들 정도로 캐릭터 설정은 창조적이며,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의 카툰렌더링 그래픽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마비노기’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의 입에서 “오~, 예~, 오옷!” 등 각종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실제 게임플레이 또한 온라인의 한계를 깨뜨리는 다양한 퀘스트와 각종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으며 클래스에 얽매이지 않고 유저가 익혀나가는 스킬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특성화시키는 부분은 야간 자율학습 없는 학교요, 학원 없는 선진국 공교육이다.
그러나 칭찬은 여기까지다. 마비노기의 한계는 낭떠러지에서 끊긴 기찻길처럼 갑자기 나타난다. 일단 레벨이 20~30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할 일이 없다. 오로지 필드에 나가 몬스터를 때려잡는 지겨운 레벨 노다가만 존재할 뿐. 다른 유저들과 잡담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채팅으로 노는 일이 ‘퀘스트’라면 퀘스트다. 개발사인 넥슨에서 이 게임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하루 2시간으로 제한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말이야 서버 부하를 분산시킨다는 의도라지만 사실은 준비한 ‘총알’이 금세 바닥을 드러낼까봐 전전긍긍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마비노기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게임이지만, 할 일 없는 온라인 게임이란 정말 지겨운 법이다.
 
‘백화점’에는 맛있는 게 별로 없다
 
이광섭 월간 플레이스테이션 기자 dio@gamerz.co.kr

최근 ‘탈 RPG' 바람이 일 만큼, 국내의 온라인 게임에는 롤플레잉이라는 장르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마비노기’는 RPG이면서도 타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흔히 MMORPG라 말하는 장르의 국산 온라인 게임 대부분이 레벨업 위주, PK, 그리고 여기에서 야기되는 중독성을 주요 포인트로 삼아왔다. 하지만 ‘마비노기’는 조금 색다르다. 반드시 전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스킬을 배우면서 경험치와 스킬을 쌓을 수 있고, 그 덕분에 다양한 형태로 캐릭터가 성장해간다. 귀여우면서도 뛰어난 그래픽, 보기 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인터페이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직업군을 통해 이루어지는 잘 만들어진 경제시스템 등 실제로 게임 자체가 상당히 세련되게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단 아직까지, 그런 세련된 겉모습에 비해 게임의 전체적인 깊이와 다양성은 좀 부족한 편이다. 비록 다양한 직업군을 준비해 놓아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결국 ‘양날의 칼’이다. 다양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반면, 그런 각각의 직업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좀 더 깊게 마련되어있지 않다면 한 캐릭터에서 느끼는 재미를 짧은 시간 내에 놓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쉽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온라인 게임으로서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노가다’라는 말로 저당 잡힌 암울한 기대작
 
윤주홍 게임메카 기자 rough4719@gamemeca.com

온라인게임의 성공을 가늠해주는 지표에 있어 ‘완성도’라는 한 마디 만큼 위력적인 것이 어디 있겠냐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돈 좀 벌고 있다는 게임개발사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을 읽어내는 능력과 표 나지 않는 모방기술이 가장 절실하다.
구태의연하게 이런 케이스의 게임을 모두 나열할 필요는 없으나 ‘마비노기’ 역시 적절한 타이밍의 기회를 잘 올라타고 신선한 컨셉트를 내세워 제작 발표 당시부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 온 작품의 구체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유화풍의 카툰랜더링 그래픽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마비노기’는 오로지 레벨과 아이템만을 위해 ‘게이머의 폐인양성화’를 강요하는 다른 온라인게임과의 차별화를 선언, 제작사가 목청 높여 부르짖는 2세대 온라인게임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그러나 이런 실험적인 시도 자체가 밑 빠진 독에 든 물처럼 이내 바닥나버리고 만다는 것이 지금 ‘마비노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난제다. 개발사의 약속과는 달리 유저들이 직접 즐겨볼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게임의 생명력을 늘려주는 가장 큰 특징인 아르바이트 시스템은 ‘돈 버는 스크롤 퀘스트’ 등 단순한 이야기로 흘러 결국 게임은 사냥으로 일관되는 ‘노가다’ 시스템으로 귀결되고 만다. 그러고 보면 2시간이라는 게임플레이 시간제한은 이 난제를 해결하는 ‘마비노기’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나 할까. .
 
webmaster(webmaster@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