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세대가 몰려온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PC방으로 향하는 아이들. 업무가 종료되면 게임 길드 모임에 나가는 직장인들. 남편이 출근하면 PC 앞에 앉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주부들.
게임을 열광하는 G세대들이 만들어내는 게임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게임이 세대를 뛰어넘는 놀이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집에 귀가하면 TV를 켜기 바빴던 사람들이 이제는 주저없이 게임을 하기 위해 PC를 먼저 켠다. 주말에 연인과 영화관에 가기 보다는 PC방을 찾아 게임대결을 펼치는 커플도 늘어나고 있다. 게임을 모르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직장 동료간 대화에서 소외되기 쉽상이다. PC와 초고속 통신망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게임이 대한민국 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고 있다.
 
게임없인 못살아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PC방으로 직행한다.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학원에 다녀와서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 앞에 앉는 일. 물론 메일도 열어보고 숙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서핑도 하지만 속 마음은 ‘잠깐 만이라도 한 게임 해야 되는데…,’ 조급해 진다.
게임 사용 시간을 두고 부모와 자녀들의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광경은 이제 흔한 모습이다. 상당수 부모들은 아직도 게임하면 "공부안하고 놀고 있구나"란 판단으로 자녀들을 제지한다. 하지만 유행하는 게임을 모르면 학교에서 왕따로 치부되는 사정을 부모들이 알리 없다.
요즘 학생들은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을 통해 사람을 사귀는 일에 더 익숙하다. PC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히 온라인이 삶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때문에 무조건 자녀들의 PC 사용을 단속한다면 예기치 않았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부모들도 게임을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야만 올바른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
 
프로게이머는 G세대의 우상
 
‘오빠!’하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진다.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팬들과 동경어린 눈빛으로 보는 남학생들. 권상우, 원빈 등 인기 스타가 출연한 공연장이 아니다. 바로 프로게임대회가 펼쳐지는 경기장의 모습이다. 게임이 더이상 혼자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프로리그의 결승전이 열리는 곳에는 2만명의 관중이 동원되기도 한다. G세대들은 주말에 스포츠 관람을 위해 야구장이나 농구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게임 스튜디오가 마련된 e스포츠 대회장을 찾는다.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심지어 팬클럽 회원들이 수백명씩 몰려 다니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대표하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의 다음 팬클럽 회원수는 자그마치 43만여명.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로 프로게이머가 선정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386도 게임할 권리가 있다
 
"그만 해라!" "응… 금방 끝나" "자꾸 그러면 PC 갖다 버린다."
얼핏 들으면 엄마, 아들 간의 대화 내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게임을 좋아하는 집안에서 주말마다 반복되는 부부 간의 대화 내용이다.
"나도 게임하자" "조금만 기다려" "맨날 혼자만 해" "너도 금방 했잖아"
형제 간의 대화 내용이 아니다. 게임을 서로 하려는 아빠와 아들 간의 말싸움이다.
최근 이같은 풍경이 집안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게임하는 어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동창회나 회사 모임보다 자신이 속한 게임 커뮤니티 모임에 더 적극적이다. 10대와 20대는 물론 30대 직장인 중에서도 게임에 빠져 사는 ‘마니아’가 부지기수다. 아줌마들도 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아들과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게임을 하지 못할 뿐이다. 한게임, 피망, 넷마블 등 고스톱 고수들 중에 아줌마들이 상당수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대한민국은 게임공화국
 
인터넷의 발달과 PC방 창업 열풍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신화를 만드는 초석이 됐다. 학교, 집, 회사, PC방 등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한국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으로 부상시켰다. 1000만명 이상의 누적회원을 확보한 게임포털들이 속속 출연하는 것도 모두 이런 연유다. 20세기가 영화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게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자는 삼국지위지 동이전을 새로 쓴다면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와 게임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은 "온라인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한국에는 선진국 어디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게임 신드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아이템거래, 중독 등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야기된 부작용을 바로 잡아 게임을 명실공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해야 하다"고 말했다.
 
'게임의 법칙'이 e세상을 바꾼다
G세대는 게임·돈·글로벌 마인드 지향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G세대라 부른다.
X세대, N세대 등이 기성세대와 대변되는 젊은세대를 지칭했다면 G세대는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30∼40대까지 포괄한다. 하지만 G세를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단정해 버린다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게임을 통해 경쟁심을 익히고, 사람을 사귀고, 사회성을 학습하는 사람들. G세대에게는 분명 다른 문화 코드와 사고가 숨어 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학교의 교육도 기업의 성공도 보장받을 수 없다. 21세기 문화는 신인류로 부상한 G세대를 알아야 올바르게 분석할 수 있다.
‘성공의 방정식(넥서스 펴냄)’의 저자 김영한 교수는 "G세대는 재미있게(Game),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은(Gold), 글로벌(Global) 마인드를 지닌 신인류(18∼35세)"라고 정의한다. 고정 관념을 싫어하고, 신기술에 대한 습득력이 뛰어나며 소비에 대해서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G세대가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재미가 있어서 그렇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아마도 게임이야말로 자신의 이상을 펼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승부를 겨루는 게임의 법칙. G세대는 게임이 부정과 비리에 물든 현실과 달리 노력에 따라 공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열광하는 지도 모른다. 규칙과 정의를 중시하는 게임의 법칙. 이를 익한 G세대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더욱 기대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게임은 생산활동이나 예술 활동 등 다양한 부문에 폭넓은 활용가치를 발휘하고 있다"며 "놀이를 통해 게임의 원리나 기법을 학습해 나가는 일은 미래 삶을 대비한 중요한 시대적 과업 중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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