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비디오 확인하려다 PC방 들락 달락
 
고시생과 게임. 얼핏 들으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하지만 현재 고시준비생의 가장 큰 오락거리는 당구도 아니요 만화도 아닌, 다름 아닌 게임이다. 몇몇 고시준비생의 말에 따르면 고시생의 50% 이상이 일주일에 한번 이상 PC방을 찾는다. 70년대 소주, 80년대는 맥주와 만화, 90년대가 당구였다면 2000년을 전후로는 게임이 고시생의 최대 여가 활용 도구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게임 인구의 증가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면서 동시에 다른 요인도 영향을 주고 있다. PC방은 과거에 주로 애용해온 당구나 만화에 비해 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고시생 개인별로 경제적 사정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다는 것은 공통분모다. 당구는 현재 10분에 1000원 이상이다. 만화는 권당 300에서 500원이다. 빨리 본다 해도 1권에 10분은 소요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만화 1시간을 볼 때 최소 1800원에서 3000원 가량이 든다. PC방은 보통 1시간 이용에 1000원에서 1500원을 받는다. 신림동 고시촌의 경우 800원 받는 PC방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시생 놀이 문화, 게임이 짱
 
사회와 인간관계가 점차 개인화되면서 혼자 노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고시생 게임매니아 증가의 한 요인이다. PC방은 혼자서 노는데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혼자 있지만 여러명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곳, 온라인으로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PC방이다.
신림동 고시생들의 PC방 이용역사는 짧지만 의외로 주목할 부분들이 많다.
과거 아마추어 온라인 게임 최고수의 대부분이 고시생 출신이다. 10여 년 전 온라인 게임이 세상에 나와 알려지기 시작한 때, 가장 먼저 접해보고 주위에 퍼트린 게이머가 고시생들이라는 주장도 있다. 90년대 중후반 온라인 게임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발빠르게 고수 레벨까지 오른 게임마니아 상당수가 고시생이다. 파고들기 좋아하는 공부벌레, 책벌레의 습성이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된 듯 하다. 실제로 한 때 블리자드 세계 아마추어 챔피언이 고시생으로 확인됐다.
현재 고시생의 최고 인기 게임은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다. 다음으로 ‘리지지’와 ‘뮤’, ‘온라인 삼국지’, ‘카운터 스트라이커’ 등이 고시생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이다. 30대 중반 이후의 나이든 고시생도 PC방에 들러 게임맛을 보면 바로 단골이 된다. 바둑을 즐기는 온라인 바둑매니아도 상당수다. 이용 시간은 대중 없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고시 공부하다 짬날 때마다 들린다.
 
오양비디오 확인하려다 PC방 단골 돼
 
PC와 별로 친하지 않던 고시생들이 PC방을 적극 이용하게 된 배경에는 한 가지 웃지 못할 사건이 있다. 98년 오양 섹스비디오 사건이다. 당시 어렵게 비디오 테이프를 구했어도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어 애를 태우던 많은 고시생들이 해결책을 찾은 곳이 인근 PC방이었다. 주인에게 PC이용 방법을 물어가며 비디오 파문의 궁금증을 해결했던 고시생들이 이후 PC이용에 재미를 붙여 수시로 PC방을 찾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15년 간 고시를 준비해온 현역 고시생의 증언에 따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후보생이라 할 수 있는 고시생들이 PC방을 알게 되고 나아가 게임이 고시생들의 여가 활동의 중심 도구로 자리 잡는데 오양 비디오도 한 몫 했다는 점은 알려지지 않은 고시생 게임문화의 야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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