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급팽창에도 인력난에 ‘업계 위기론’ 확산

예비 개발자에 뜨거운 관심 ‘게임강국’ 앞당겨
 
‘사람이 경쟁력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한 명의 천재가 만명, 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경영론을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촌각을 다투는 비즈니스 전쟁에서 반 박자 빠른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은 결국 핵심인재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창의력과 문화적 감수성으로 빚어지는 문화산업에서 사람의 가치는 더하다. 상품 기획에서 연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사람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피터 잭슨이라는 걸출한 감독이 없었다면 영화 ‘반지의 제왕’이 빛을 볼 수 있었을까. 빌 로퍼라는 거장이 없었다면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가 한국에서 200만장 이상 팔렸을까.
한국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은 것은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신세대 영화감독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재의 빈곤, 게임산업의 위기
 
한국 게임산업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연간 시장규모가 4조원대로 급팽창하면서 핵심 문화산업으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온라인, 모바일 게임의 경우 앞선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로 세계 최강을 뽐낼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 주자격인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이 향후 5년이나 10년 후에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걱정한다. 더러는 2∼3년 후면 중국이나 일본에 정상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회색빛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 같은 전망에는 영세한 자본력, 낮은 기술진입 장벽 등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는 ‘인재의 빈곤’이다.
게임산업이 뜨면서 돈이 몰리는데, 정작 우수한 게임을 개발할 인재가 없다는 것이다. 핵심 엔지니어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면서 지나친 스카우트 경쟁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빌 로퍼, ‘울티마온라인’ 개발자 리차드 게리엇,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기획한 브루스 쉘리 등과 같은 세계적인 개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게임산업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발자, ‘풍요 속 빈곤’
 
게임업계 CEO들의 하소연은 하나같이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이 급부상하면서 게임 개발자의 저변은 넓어졌지만 우수한 인력은 여전히 절대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이끌고 있는 핵심 개발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남주, 이원술, 김학규, 이상윤, 김태곤 등 마니아 사이에서 스타로 통하는 이들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게임에 미친 마니아에서 개발자로 변신한 케이스다. 한마디로 개인의 노력과 천재성이 없으면 우수한 개발자가 나올 수 없는 원시적인 개발자 육성시스템을 갖고 있는 셈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기획자가 없는 것도 문제다. 영화로 치면 시나리오 작가나 작품 전체를 구상하고 제작하는 감독이 태부족하다.
김태곤 인티즌 개발이사는 "게임도 하나의 문화상품이라 기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현재 국내 게임 개발자 대부분이 외산 게임을 보고 이를 벤치마킹한 세대라 해외 무대에서 인정 받으려면 캐릭터, 시나리오 등 순수 내용물의 독창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관심이 관건
 
게임판의 ‘인재 빈곤’ 현상이 해결될 기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게임업계가 인재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청소년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관련 전문 교육기관도 80여개로 급증, 인력양성을 위한 인프라도 속속 갖춰지고 있다. 특히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올해 전체 예산 189억3000만원 가운데 3분의 1에 이르는 60억2000만원을 인력양성에 투입키로 하면서 인재 육성에 대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풍요 속 빈곤’에 허덕이는 게임업계에 얼마나 양질의 인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서병대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라며 "일반인이 한국영화에 대해 애정을 쏟는 만큼 게임산업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게임에서도 세계적인 개발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아카데미가 그랬듯, 턱없이 부족한 교수진 확보를 위해 현업의 우수한 개발자가 사명감을 갖고 후배 양성에 적극 가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 게임스’가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 할 ‘게임 키즈를 키우자’도 이런 맥락에서 기획됐다. ‘더 게임스’는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예비 개발자와 울고 웃으며, 일선 게임 교육기관의 생생한 교육 열기를 전할 것이다. 게임판 백년대계는 결국 인재에 달려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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