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심의강화 로드맵’ 마련
이달 중 공청회 열고 심의기준 보강
사행성 조장 아이템 판매 게임 ‘정조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더 날카로워 진 ‘심의 칼’을 뽑아 들었다.
 온라인게임 등급심의 전면시행 1년8개월 만에 꺼내든 영등위의 ‘심의 칼날’은 한층 예리해진 데다 국산 온라인게임 대부분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메머드급 충격파를 던져줄 전망이다.
영등위 PC·온라인게임분과는 지난 6일 비공개 심의위원 회의를 통해 △온라인게임 아이템 판매 강력 제재 △사후관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심의안을 만들고 이 달 중 공청회를 갖기로 하는 등 ‘심의강화 로드맵’마련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이 가시화되면 지금까지 ‘비앤비’ ‘갯 엠프드’ 등 몇몇 게임에 간헐적으로 적용됐던 초강수 심의기준이 모든 온라인게임에 적용되는 등 한바탕 ‘심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템 판매 게임 ‘도마 위에’
 
영등위는 ‘심의강화 로드맵’ 마련을 위해 지난달부터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갖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게임을 공짜로 제공하고 아이템 판매로 초등학생들 및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부추긴다며 제재를 강화해 달라는 주문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겟 앰프드’에 종전 전체이용가 등급을 뒤집고 18세이용가 판정을 내린 것도 따지고 보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심의 칼날’ 뭘 담았나?
 
영등위의 보다 강력해진 심의안은 게임 아이템 판매와 관련된 기준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겟 앰프드’ 판정에서 보듯 게임에 절대적이거나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유료 아이템은 청소년의 사행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등위의 논리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자동차 경주게임에서 유저가 돈을 지불하면 더 좋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든지, 전투게임에서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무기류를 판매하는 것은 한마디로 ‘얄팍한 상술’로 청소년의 충동구매를 조장한다는 것.
현실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싼 아이템에도 엄격한 심의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초등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이 유저들의 주머니사정과 동떨어지게 너무 비싸게 받을 경우 문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논란이 됐던 사이버머니 충전 구조도 명확한 잣대를 제공할 방침이다. 영등위가 마련한 기본안에는 현금으로 직접 사이버머니를 충전할 경우 ‘심의보류’ 판정을 내리는 등 초강수가 담겨있다. 아바타 구입 등을 통한 간접 충전구조도 공청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이다.
 
탈출구도 막는다
 
영등위의 이번 ‘심의강화 로드맵’은 심의뿐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온라인게임 특성상 게임 업그레이드(패치)에 따른 재심의가 필요하지만 많은 게임업체들이 심의를 기피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심의대상 게임 수십종이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영등위는 이에 대응해 최근 사후관리부의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착수한 자체 모니터링 활동에 이어 이번 달부터는 YMCA, 참교육 학부모회 등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는 외부 모니터링도 가동키로 한 것. 게임의 역기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온 시민단체를 전면에 내세워 업체들을 강력히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심의대상임에도 심의를 받지 않은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는 것은 물론 계속 심의를 기피할 경우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한다는 입장까지 정리한 상태다.
 
영등위-업계 3차대전 ‘전운’
 
이번 심의강화안은 한동안 잠잠하던 영등위와 업계의 해묵은 갈등을 다시 한번 촉발시킬 전망이다. 심의안이 몇몇 메이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채택하고 있는 아이템 판매 비즈니스 모델을 문제삼으면 업계 전체가 들고 일어나는 전면전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침 업계는 그동안 지리멸렬했던 각종 협회를 모아 ‘통합협회’를 이달 중 출범시킬 계획이어서 ‘리니지 파동’ ‘포털 사이버머니 파동’에서 번번이 업계가 판정패 한 양상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게를 얻고 있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1년8개월 동안 영등위와 대립하면서 업계도 내공이 쌓일 대로 쌓였다"며 "영등위의 독주를 막을 논리와 명분도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아이템을 유료 판매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는 결코 당하지만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헌법소원은 물론 게임 서버를 해외로 옮길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며 비장한 감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등위 PC·온라인게임소위 조명현 위원장은 "이번 심의기준안은 업계와 싸움을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갖고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역기능을 불러올 수 있는 병폐를 하루빨리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