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 ‘거상’ 이어 ‘군주’로 신경향에 다시 도전
 
‘까까머리에 뿔테 안경.’
얼핏보면 그는 천상 학생 같다. 아무리 훑어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개발자라는 느낌은 오지 않는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를 만날 때면 왠지 친근한 동생 같다는 느낌이 앞선다.
김태곤(33) 인티즌 이사. PC게임 ‘임진록’, 온라인게임 ‘거상’ 개발자로 잘 알려진 그가 ‘더 게임스’를 찾았다. 창간호 스타일리스트 첫 번째 인물로 선정된 그는 예의 까까머리 그대로였다.
 
스타일리스트 1호
 
"영광입니다. 단순한 인터뷰인 줄 알았습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지면이 한국 게임판의 장인을 소개하는 코너라는 설명에 그는 무척 상기됐다. "고맙다"고 연거푸 말하면서도 자신이 정말 스타일리스트 감인가 하며 쑥스러워했다. 겸손이 지나쳐 과연 그가 ‘스타일리스트 1호’로 손색이 없는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가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운 것은 80년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이다.
"학교 동창들과 외산 어드밴처게임이나 롤플레잉게임을 즐기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인디아나 존스’ ‘IS’ 등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게임이 많아요. 그 때 우리도 한번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게임 개발의 꿈은 대학 2학년 때 고등학교 동창들과 의기투합하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게임 제목은 ‘나이트 마스터’, 장르는 RPG였다. 그러나 첫 번째 시도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친구들이 하나 둘 군에 입대하고, 그도 군입대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을 게임에 담다
 
95년 군 복무를 마친 그와 동창들은 다시 뭉쳤다. ‘임진록’ 팬이면 기억하는 ‘HQ팀’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때다. 한번의 실패는 반면교사가 됐다. 습작인 ‘나이트 마스터’와 달리 장르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세계관도 서양 판타지가 아닌 조선시대로 확 바뀌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데뷔작은 ‘충무공’이었다. ‘충무공’은 향후 한국 PC게임사의 한 획을 그을 ‘임진록’시리즈의 모태가 됐다.
"게임 소재를 한국 역사물로 정하자는 아이디어는 신선했죠. 게임 하면 청소년 비행이 떠오르던 시절, 게임을 통해 역사공부도 된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찾은 것이 임진왜란이에요. 왜구가 등장하고, 현대전과 흡사한 육·해전이 펼쳐지는 임진왜란만큼 좋은 게임소재도 없었죠."
그와 동료들은 그 때부터 임진왜란 유적지를 찾아다니는가 하면 역사책에 파묻히곤 했다.
 
가장 한국적인 RTS ‘임진록’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 2000년 ‘임진록2’가 출시되면서부터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와중에서도 ‘임진록2’는 5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국산게임 1만장을 팔면 대박으로 보던 시절의 성과였다. 특히 그는 ‘임진록2’에서 국산 RTS게임 최초로 영웅시스템을 도입해 국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새장을 열었다. 이후 ‘임진록2+ 조선의 반격’, 온라인게임 ‘거상’에 이르기까지 ‘임진록’ 시리즈가 발표될 때마다 가장 한국적인 RTS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RPG와 RTS가 뒤섞인 온라인게임 ‘거상’에서는 처음으로 상거래와 무역을 테마로 한 경제시스템을 도입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모두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몬스터 사냥이나 단순한 전투에 익숙해 있는 유저들이 복잡한 상거래에 재미를 느낄 것인가 하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지금 ‘거상’은 어떻습니까. 월 매출 10억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변화에 인색하지 않은 개발자
 
그는 요즘 새로운 온라인게임 ‘군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경제뿐 아니라 현실의 정치를 게임에 담기로 했다. 한마디로 유저들이 선거로 지도자를 뽑고, 지도자는 게임속 세상을 통치해 나가는 게임을 구현하겠다는 것. 지난해 11월 소리 소문없이 공개 알파테스트를 시작한 이 게임은 현재 2000여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 중이다. 아무런 마케팅도 없이 이 정도의 유저가 생긴 것에 대해 그는 놀라워 했다.
"왜 하필이면 정치시스템을 도입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어린 시절엔 무조건 때려 부수는 전투가 좋았죠.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경제시스템을 게임에 도입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좀 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거죠."
능력이 되는 한 ‘영원한 개발자’로 남고 싶다는 그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우리 사회와 가장 흡사한 게임세상을 원없이 만들어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작 ‘군주’는 어떤 게임
 
김태곤 이사가 새로 선보인 온라인게임 ‘군주’는 게임에 경제와 정치시스템을 도입한 화제작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게임 속 모든 아이템을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 내는 제조시스템, 주식 거래 시스템, 부동산 매매 및 임차시스템 등 현실의 경제원리가 반영됐다. 또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 각 마을별 지방자치제와 조세징수, 사회복지 제공 등의 현실의 정치세계도 구현됐다.
게임 속 정치지도자는 게임운영자에 버금가는 권한이 부여되며, 유저들의 지지를 받아야 정권을 이어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PK(유저간 전투)가 허용되지 않지만 부패한 왕을 몰아낼 때는 가능해진다. 게임 속 정치지도자와 재력가를 전체 유저의 20% 정도로 한정해 현실과 흡사한 사회구조를 만든 것도 눈여볼 대목이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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