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
 
"한 시간!", "두시간으로 해요…"
현재 '하루에 한 시간만 게임하기'라는 조건으로 엄마와 아들의 팽팽한 긴장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평화로운 모습은 아니다. 단지 휴전 상태일 뿐이다. 재밌는 게임을 알게 되면 좀더 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엄마 배은주씨(36)가 모를 리 없다. 또 게임 때문에 학교와 학원 생활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엄마의 마음 역시 아들 이상옥군(13)은 잘 알고 있다.
 
엄마의 선공
 
"재밌으면 오래할 수도 있고 재미없으면 안 할 때도 있겠지요. 걱정되는 PC이용에서 게임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또 해로운 사이트에 대한 접촉 가능성도 높다는 점입니다."
게임에 대한 엄마의 생각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지금보다 좀더 게임하는 시간을 늘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단지 PC 앞에 오래 앉아있다 보면 게임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유혹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했어요. 게임을 억지로 막지 않았고 게임CD도 자주 사다줬지요." 어린 아들의 게임 욕구를 해소시켜 주며 점차 이용 시간을 조절해가는 엄마의 전략은 주효했다.
 "(1시간으로 제한 했지만) 게임에 빠져있지는 않아요. 이용 시간을 잘 지키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익숙해서 인지 게임에 집착하려는 느낌은 없어요. 모르죠. 엄마가 무서워서 그런지도."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PC 이용 시간을 자율적으로 풀어줄 생각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게임할 시간 자체가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자기 절제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는 나이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해야죠."
 
아들의 방어
 
"그래도 두시간은 하게 해줘야죠" 상옥군은 엄마의 지나친 걱정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게임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빠져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 한시간으로 정해진 것에 입을 삐죽 내민다. "게임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아요. 하지만 하고 싶으면 좀더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할 때도 있는 건데…"라며 시간 제약이 영 걸리는 모양이다.
특히 성당에 함께 다니는 형들이나 학교 친구들이 PC방에 가자고 해도 선뜻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더욱 그렇다. PC방에 대해 엄마가 좋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옥이는 "못 가서 화나고 짜증날 정도는 아니지만 몰래 간 적도 있기는 있다"고 말하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게임을 많이 하면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요. 또 그렇게 많이 하고 싶지도 않아요" 라며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이 말이 상옥이의 본심인지, 아니면 옆에 있는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말인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엄마의 게임에 대한 규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평화의 조건
 
배은주씨 가정은 작년에 엄마와 상옥이가 함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주최한 2박3일 간의 게임캠프에 참여할 정도로 게임에 대해 개방적이다. 게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백해무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하며 즐길 수 있다면 좋다는 것이 은주씨의 생각이다. 영화나 음악처럼, 게임 역시 주위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옥군도 게임에 너무 깊이 빠져서는 안 되며 게임에 몰두한 결과가 좋지 만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화를 계속했다. 결국 엄마와 아들은 서로 한발씩 양보한 가운데 앞으로는 이렇게 해 나가기로 했다. PC이용 2시간 허용. 이용시간 점차 개방. PC방 갈 때는 반드시 얘기. 동생에게 양보해야 할 때는 양보. 독서와 체육활동을 병행. 팽팽했던 긴장이 풀어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