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훈의 게임 중계석
 
지난 몇 년간 한국 게임리그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결승전 장소에 대한민국의 그 어떤 프로 스포츠보다 더 많은 관객을 모으기도 한다. 시작한 이래 상당기간 동안 매 시즌 기획자들을 애태우던 후원사 찾기가 이제는 조금 수월해 진 것도 같다. 이제 더 이상 게임리그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가 되었음을 당당히 선언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그 안과 밖을 모두 들여다 보며 일을 하는 필자로서는 그런 낙관론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백년대계가 있어 하나하나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분야가 아니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급급했던 한국 프로게임리그이기 때문이다. 이 리그가 십 년, 이십 년 후에도 많은 사람들과 감동을 이야기 하는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워져야 할 초석들이 너무 많이 빠져있는 것이 눈에 띈다.
밖으로는 한국 게임리그에 고무된 나라들이 의욕적으로 이 분야에 도전해 오기도 한다. 기껏 세계 최초의 자랑스런 콘텐츠의 기반을 닦아 놓고 그 콘텐츠의 소비국으로 전락하고 말 악몽이 상상되기도 한다.
이것이 단순히 몇몇 젊은이들의 신기한 기능을 소재로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다 사라질 수많은 신드롬 중 하나로 그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한국 게임리그의 든든한 주춧돌을 누군가는 세워야 할 것이다.
새로운 이정표는 애정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애정이 있는 만큼 고민이 많을 일이고, 고민을 한 만큼 보이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 동안 남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누구보다 많은 수혜를 입은 당사자로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공유하는 데에서 새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 시작됐으면 한다.
오늘부터 15회에 걸쳐 연재할 컬럼은 몇 년전 모 사설 사이트에 개인적으로 게재했던 글과 같은 제목임을 밝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작은 했으나 끝맺지 못했던 그 글을 마무리 짓는 일도 함께 겸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당 사이트에 올렸던 글을 다시금 퍼다 올리는 비양심적인 일은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 제목이 유사할 뿐, 글 하나하나의 내용은 새롭게 작성하는 것들이다.
한국 게임리그를 사랑하며, 사랑하는 만큼 답답해 하고 계실 진정한 한국 게임리그의 팬들께 자그마한 선물이 되길 바라며 개인적인 소망을 담을 수 있도록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더 게임즈'에 감사드린다.
 
게임캐스터 정일훈(nouncer@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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