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콘 4.0’은 게임이 아닌 실제 상황
전투비행 게임의 명가 ‘가리갈매기’
 
“카우보이원투 컨택 보기. 투웨니마일스 엔젤 10.”
“미슬 론치! 브렉 라이트! 브렉 라이트!”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조정간을 급격히 잡아 트는 파일롯의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흐른다. 장기를 엄호하던 요기의 파일롯은 ‘팍스 투’ 콜과 함께 사이더와인드 미사일을 발사, 적기가 격추된 것을 확인하고 ‘스플래시’ 콜을 외치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린다.
실제 공군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조정간(조이스틱) 하나와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팰콘 4.0’만 있으면 이같이 실전과 다름없는 공중전을 경험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는 사이버 파일롯의 커뮤니티인 가상비행대대(VFS:Virtual Fighter Squadron)가 이미 상당수 자리잡고 있는데 그중 가장 실제와 같은 비행을 강조하는 곳을 얘기하라면 서슴지 않고 ‘가리갈매기(www.f16.pe.kr)’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1년 10월 문을 연 가리갈매기는 사실성을 강조하는 만큼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한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일단 필기와 실기 시험으로 구성된 기초비행 1·2·3단계를 통과해야만 기존 멤버들과 인터넷으로 멀티비행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훈련소를 수료해야 승급 포인트가 주어지는 정기비행에 참여할 수 있는데 훈련소는 1~2일차 편대비행, 3일차 장주착륙, 4일차 엔진정지에 대비한 SFO(Simulated Frame Out) 등의 훈련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같은 까다로운 통과의례를 거치는 만큼 멤버들과 함께 진한 전우애를 나누면서 창공을 나는 기쁨은 이룰 말할 수 없다.
가리갈매기는 착륙도 실제 비행기들이 사용하는 방식인 장주 착륙을 이용한다. 장주 착륙은 한꺼번에 여러 대의 비행기가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착륙하기 위해 비행장 상공을 한바퀴 선회하면 순차적으로 착륙하는 방법이다.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에 람보식의 무리한 비행도 가리갈매기의 금기사항 중 하나다.
비행 시뮬 마니아들의 상당수가 람보식 독파나 새로 나온 지형 패치, 기체 스킨에 열을 올리지만 가리갈매기는 이보다는 실제 비행기의 전술을 구현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한다.
정기모임도 워크숍 형태로 이뤄진다. 모형 비행기까지 동원해 전술에 대한 토론이 이어지고 현장에서 임시로 구성한 네트워크로 직접 이론을 시현해 본다.
가리갈매기에서 만큼은 팰콘 4.0을 게임이라고 불렀다가는 핀잔을 듣기 쉽상이다. 또 게시판에서 외계어나 통신어를 남발해도 교관 멤버들로부터 질타를 당하기 마련이다.
가리갈매기 운영자 조영일씨(32)는 “팰콘처럼 이렇게 오래 해본 게임은 드물다”며 “전투 비행시뮬은 아는 만큼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리갈매기는 원칙을 중요시 여기지만 그렇다고 군대와 같은 완전한 상명하복의 획일적인 집단은 아니다. 어쩌다 여러 멤버들이 모이게 되면 사이버상에서 헤드셋을 이용한 노래자랑 대회가 벌이지기도 한다.
또 가리갈매기는 운영자가 직접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수 많은 열성 멤버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암묵적 질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조씨는 “다른 커뮤니티는 운영자가 방침을 세우고 이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리갈매기는 운영자는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하고 열의가 있는 멤버들이 이끌어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게임 자체에는 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가리갈매기에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질의응답 게시판을 뒤져보면 비행기, 특히 전투기와 관련한 온갖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또 각종 게시판에는 전문가 뺨치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항공지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커뮤니티 홈페이지의 ‘팰콘4.0’ 페이지에는 팰콘 4.0의 기본적인 운항, 무기 운영 등에 대해 그림을 곁드려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자료들이 있는데 이는 비행시뮬레이션을 처음 접해보는 초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황도연(dyhwang@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