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장에 직장인 단골 관객 줄이어
25~35세 사이의 남성들 직장 클랜 주도
 
게임이 직장인들의 주요 여가 활용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직장인하면 의례 사무실이나 PC방 한쪽 구석에서 눈치를 보면서 고스톱이나 포커와 같은 단순한 사행성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최근 들어 청소년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던 스타크래프트나, 워 크래프트 등 고난이(?)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이 크게 늘고 있다.
이제 20~30대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술 마시고 이차로 당구장을 찾는 것보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를 하러 PC방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게임판에도 넥타이부대 등장
 
사무실이 밀집한 삼성동 코엑스 주변의 퇴근 시간.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2 체험관이 있는 세중게임월드, 메가 웹스테이션에는 한눈에 보아도 직장인 티가 나는 게이머들이 콘솔 앞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게임패드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메가웹의 강태현 본부장은 “내방객 10명 중 2명 정도는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세중게임월드의 송한우 본부장도 “의외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세중게임월드와 메가웹 내에 각각 자리잡은 MBC게임과 온게임넷의 스튜디오에는 넥타이응원부대까지 수시로 출몰해 주변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특히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 캐스터인 정일훈씨가 ‘그런트 방법단’이라고 별명을 지어준 직장인 워크래프트 클랜 ‘워3 네오클랜’이란 응원단을 모르면 간첩 취급받기 십상이다.
 
직장인끼리 뭉치자!
 
다음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는 직장인 클랜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워크래프트 직장인 클랜만해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카페가 줄잡아 예닐곱개. 최고의 히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클랜은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클랜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워3 네오클랜의 마스터 홍기원씨(31)는 “99년과 2000년 온게임리그 등 각종 프로리그의 등장과 함께 중계방송이 시작되면서 직장인들도 스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후 직장인 클랜이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기업 안에도 게임 동호회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며 자신이 다니는 회사내에도 스타크래프트 모임이 있어 한달에 두번 정도 모임을 갖는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클랜을 결성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나이가 많아 순발력이 떨어지다 보니 청소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져 게이머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또 어울릴 만한 게임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아 같은 처지인 직장인들끼리 모이게 됐다.
 
기혼자가 사는 법
 
게임하는 직장인들은 25~35세 사이의 연령층이 주를 이루며 주로 남성들로 이뤄졌다. 90년대 초부터 등장한 각종 PC게임에 익숙한 이들은 비록 나이는 먹었어도 컴퓨터 게임에 대해 친숙한 편이다. 하지만 상당수는 기혼자인데 이들은 게임을 하려면 커다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로 아내와 아이들.
이들은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펼쳐야만 한다. 네오클랜의 홍기원씨는 “클랜원들 중 기혼자는 설거지 해주기, 주말 같이 놀아주기, 하루 2시간만 하기 등의 조건을 내걸고 배우자로부터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재워놓아야만 겨우 마음놓고 게임을 할 수 있는 불쌍한 케이스도 없지 않다.
 
하드코어에도 도전
 
비행 시뮬레이션인 플라잇시뮬레이터 ‘2002·팰콘4.0·IL-2’, 잠수함 시뮬레이션인 ‘서브커맨드’ 등과 같은 하드코어 시뮬레이션 게임은 극사실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역학에서부터 항법, 전술 등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공부를 해야만 한다.
직장인 게이머 중에도 이같은 하드코어 게임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게임을 통해서나마 어렸을 적 꿈을 이루고 있다. 한 직장인 게이머는 “사실성이 뛰어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다보면 실제 하늘을 날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황도연(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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